자료는 보고를 만든다

어성호

“유지보수 계약 체결해야 하니 원본 계약서 갖고 와 봐!”
“예, 알겠습니다.”
“계약서 철에 없나? 왜 이리 꾸물거려?”
“본부장님. 계약서가 없습니다.”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 갑을 쌍방이 2부 날인하여 한 부씩 보관하게 되어 있는 게 계약서란 거다. 원청회사는 우리 회사의 계약서를 갖고 있을 게 빤한데 납품업체가 계약서를 분실하였다니. 유지보수 계약을 맺자면 납품 내역이 있어야 하고 그게 있어야 유지보수 요율을 정할 수 있다. 그 모든 사항은 계약서에 특기 사항과 함께 적혀 있는데 없다면 다음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다. 난감하다.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을 하다 보면 다들 큰일에만 관심을 쏟는다. 큰일은 누구나 가지는 관심사이기에 흘러가는 대로 둬도 별 탈이 없다.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 ‘아래에서 챙기겠지!’ 은연 중 내 일이 아니라고 슬쩍 흘려버리려는 그 순간 문제는 촉발된다. 그제야 겨우 나오는 말이 이렇다.

“내가 이런 데까지 챙겨야 돼?”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자료들을 챙기자면 한도 끝도 없다. 공식 문서는 관리자가 지정이 되어 있어 그나마 잘 보관이 된다. 이런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공식 문서가 만들어지자면 수많은 곁가지 자료들이 생겨나고 버전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자질구레한 자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생겨난다. 누구나 챙기는 자료들은 구태여 나 아니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대수롭잖게 취급하는 자료들이 결정적 역할을 할 때가 더러 있다.

“본부장님. 찾으신 자료 여기에 있습니다.”
“아니 분명 없다고 했는데 어디서 난 거야?”

자료 관리가 엉망이어서 어떻게 지침을 내릴까 고심하다 슬쩍 장난 아닌 간접 지시를 하기로 했던 터였다. 자꾸만 뭐라 하면 잔소리로 들릴 게 분명하니 스스로 더 크게 ‘자료 관리’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야만 따끔한 가르침이 오래 갈 듯하였다.
내 눈을 스쳐간 자료들은 지금까지도 보관한다. 수집증이 있어서도 문서 결벽증이 있어서도 아니다. 하찮은 자료라도 ‘언젠가는 쓰인다’는 걸 경험으로 느껴 봤다. 특히 요즈음은 문서도 문서이지만 컴퓨터 폴더 관리에도 더욱 긴장해서 챙길 필요가 있다. 외근을 나가 있다 보면 내근 직원들이 별의별 서류를 물어 올 때가 있다.

문서 관리와 보관성. 나는 해당 자료나 파일의 이름을 한 번도 기억해 본 적이 없다. 수많은 본자료와 서브 자료들을 어떻게 다 암기한단 말인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마트나 도서관에 있는 그 많은 품목들을 다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몇 개의 분류 단위로 애초에 지정해 놓으면 분류 단위별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을 허용할 수 있다.

“응. D 루트 디렉토리 밑에 문서1 폴더 밑에 신규 프로젝트 폴더 안을 열어 봐!”

이렇게 설정해 놓으면 밖에서 근무를 보든 안에서 누군가가 찾고자 하든 언제라도 금방 해당 자료를 찾아낼 수 있다. 보고에서 생명은 ‘적절한’ 타이밍이다. 자료가 잘 만들어지고 못 만들어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신속 정확하게 보고가 되느냐가 더 큰 관건이다. 이는 1차 자료의 ‘성실성’에 있다. 자료는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모두가 중요하다. 하찮게 다루면 헛보고되기 십상이다. 자료를 잘 관리하고 다룬다면 만점 보고가 이뤄진다. 자료가 있는 곳을 보고(寶庫)로 다룬다면 자료는 최고의 보고를 만들어 줄 게 분명하다.

어성호

〈직장인글쓰기연구소〉 www.hwlab.co.kr
글쓰기 코치, 자기계발 작가 / 동기부여 강연가, 명상가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상황실 전문 회사에 입사해 20년간 일했다. 그러나 회사의 경영 악화로 권고사직을 당한 뒤,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무일푼으로 지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 후 글쓰기를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내면의 ‘나’와 대면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직장인글쓰기연구소〉를 설립했다. 실직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수차례 전국 논문 현상 공모, 코리아 헤럴드 외 전국 영어 웅변대회, 시·수필 등 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다. 꿈과 희망을 불어넣는 동기부여가이자 강연가, 꿈 멘토, 의식성장 메신저로 ‘가슴 뛰는 삶’을 전파하고 있다. 저서로는 《보물지도 7》, 《부모님에게 꼭 해 드리고 싶은 39가지》, 《또라이들의 전성시대 2》, 《나를 세우는 책쓰기의 힘》,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47가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