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마법 같은 창의력, “사무실이 헝클어지면 머릿속도 헝클어질까?”

한상형

깨끗한 사무실보다 헝클어지고 너저분한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창의력이 커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미국 미네소타대학교는 정리정돈이 잘된 사무실과 무질서한 사무실 환경이 창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각각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된 사무실과 헝클어져 있는 무질서한 사무실로 들여보냈다. 실험내용은 탁구공의 쓰임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실험 결과, 예상을 깨고 헝클어져 있는 무질서한 사무실의 학생들이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된 사무실의 학생들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일반인들을 두 팀으로 나눠 정리된 책상과 어지럽혀진 책상에 각각 앉혔다. 책상 위에 두 종류의 음료수를 올려놓고 참가자들이 무엇을 고르는지를 테스트하는 실험이다. 하나의 음료수에는 고전적인 음료수, 다른 음료수에는 새로운 음료수라고 적혀있었다. 실험 결과, 정리된 책상에 앉았던 사람들은 고전적인 음료수를, 어지럽혀진 책상에 앉았던 사람들은 새로운 음료수를 고르는 빈도가 높았다.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약간의 잡음이 도움이 되듯 창의력에도 약간의 너저분함과 무절제함이 도움을 준다. 창의력이란 ‘이것은 이래야 하고 저것은 저래야 한다’는 규격화나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다. 이때 해리포터의 마법 같은 창의력이 발휘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이 질서 없이 늘어져 있는 환경이 실험 대상자들로 하여금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이 만약 회사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책상 위의 자유를 허락해보라. 약간의 지저분한 환경은 뇌에서의 참신함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다.

업무 공간을 연구하는 크레이그 나이트와 알렉스 해슬럼은 사무실 사람들에게 화분이나 그림 등으로 자신의 사무실을 꾸미게 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창의력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공간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무실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자유로운 발상도 가능해졌다.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의력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에서 업무 환경을 너무 깨끗하게만 정리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다소 어지럽혀져 있는 사무실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휘되고 업무성과는 탁월해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EO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의 후계자로 회사를 운영할 때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특히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집무실은 창고처럼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왜 스티브 발머의 집무실은 장관 집무실 같이 늘 정리되어 있느냐는 비난도 받았다고 한다.
간혹 아이들의 방에 들어가 보면 발 디딜 틈 없이 어지럽혀져 있다. 거기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물건들도 많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아이일수록 산만하게 물건을 배치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기준에서는 모두가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종이박스와 장난감을 연결해 멋진 비행선을 만들기도 하고, 빈 깡통들을 모아 기차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다양한 생각도 많이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자주 냈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너무 사로잡혀있는 것은 아닐지.

미국의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는 직원들 각자가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사무공간을 재배치하고, 업무 중에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편한 공간에서 팀을 만든다. 이처럼 아이디오는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한 자유로운 사무공간으로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방이나 사무실의 구조뿐만 아니라 가구의 모양이 창의력에 영향을 준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한 가지 모양의 가구를 보고 어느 장소를 더 높이 평가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인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둥근 가구가 있는 사무실과 네모난 가구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험 결과, 둥근 가구가 있는 사무실을 더 편하게 느끼고 더 높이 평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둥근 곡선의 공간을 아름답다고 평가한다. 둥근 곡선 모양을 바라보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창의력과 생산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이나 사무실 등의 공간에 뾰족하고 각진 가구보다는 둥글거나 곡선을 가진 가구를 배치하면 한층 더 아름다운 공간이 될 뿐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쉽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은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방을 꾸밀 수 있는 조립식 아동가구나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한 가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날 때 해리포터의 마법 같은 창의력이 발휘된다. 일정한 패턴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생각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고개를 든다.

한상형

공군사관학교 전자공학 학사, 경희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강사신문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공군리더십센터 강사 등을 지냈다. 수상경력으로 국방부장관 표창, 공군참모총장 표창 외 다수가 있으며, 대표 저서로는 '톡!톡!톡! 생각을 디자인하라'가 있다.